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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개편, 전기 민영화만이 답이 아니야!

기사승인 2021.04.12  2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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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드러낸 전기 민영화, 2021텍사스와 2001캘리포니아

텍사스 대규모 정전사태 원인이 재생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자유로운 전력시장 내에서 주정부의 규제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 과연 옳은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텍사스주는 1999년 전기 발전 및 판매 시스템에 대한 전체 통제권을 국가에서 민간으로 넘겼다. 당시에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전기 규제 완화 정책이었다. 당시 주지사였던 조
지 W부시 전 대통령은 해당 정책에 서명하면서 "전기 산업에 경쟁이 도입되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고, 결국 전기요금이 싸질 것"이라며 전기 자유화 정책이 텍사스주민
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대 속에 실제 시장은 잘 작동되었다. 텍사스에는 풍력이 풍부해 재생에너지확산도 빠르게 이뤄졌고, 천연가스 자원도 풍부해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텍사스에
서 영업하는 220개의 전기 공급업체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을 벌였고, 가격은 낮아져 주민들도 만족했다.

문제는 완전 자유화된 시장이 무리한 비용절감을 촉발해 위기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천연가스로 작동하는 발전소나 풍력 터빈을 한파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의 겨울은 일반적으로 따뜻하다는 이유로 전력공급 사업자들은 여기에 투자할 돈을 아꼈다.

텍사스의 겨울철 풍력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7%를 차지한다. 천연가스의 경우 전체 발전량 중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겨울철 작동을 위해 필요한 제빙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발전기들은 작동을 멈췄고, 이번 대정전과 사태를 유발하게 되었다.

전력시장 민영화로 인한 문제점 발생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2001년 캘리포니아에서도 대정전이 발생했었는데,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 사태였다. 대정전의 원인은 발전회사들의 담합으로, 당시 발전회사들은 전기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설비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리와 점검을 핑계로 발전시설을 인위적으로 폐쇄했다.

캘리포니아의 전력 시장은 1996년부터 경쟁이 시작되었다. 규제가 없는 완전 경쟁 속에서 주정부는 전기가격 인하효과를 기대했지만, 2001년까지 5년동안 가격인하는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가격이 조금씩 상승했다. 경쟁이 도입되기 이전 민간회사들의 대다수는 발전회사들이었지만, 경쟁도입 후에는 전력소매 부문만 남기고 발전설비를 모두 매각했다.

도매시장에서 싼값에 전기를 사다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직접 전기 발전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간회사들의 판단은 처음 몇년간 들어맞았다. 그러나 2000년 중반부터 발전회사들의 담합으로 인해 도매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고(2000년 6월 300%, 2000년 12월 3000%, 1999년 가격 기준), 소매가격 범위제한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회사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상황이 나빠지자 소매업자들은 캘리포니아 정부에 가격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그 요구를 거절했고,
소매업자들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로인해 전기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발전회사들은 이들 회사에 대한 전력공급을 중단했고, 대규모 정전사태가발생하게 되었다. 2021년 텍사스와 2001년 캘리포니아의 사례만 보면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굉장히 위험하고, 쓸데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필요하다. 이때, 전기 민영화처럼 전력시장에 완전 경쟁을 도입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 아닐 수 있다.

 

전력 산업 개편, 왜 해야할까? - 현재 구조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구조는 2001년을 기준으로 크게 바뀌었다. 변화의 주요 내용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민영화에 대한 것이다. 2001년 이전까지는 한전이 발전, 송전, 배전, 판매 부분을 모두 독점했다. 국내 발전시장의 94.2%를 한전이 점유하고 나머지 부분은 수자원공사 등
일부 민자발전사업자를이 한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였다.

[자료1.2001년 개편이전 전력산업 구조]출처: 산업부

그러나 독점체제인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여 전력공급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동시에 전력 사용에 있어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통한 편익 증진 등을 목적으로 1999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자료2.2001년 개편이후 전력산업 구조]출처: 산업부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변화는 '발전'부분이 한전에서 완전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이전 한전이 독점하던 발전 시장에 다수의 발전사업자가 참여해 분할 경쟁하게 되어 현재와 같은 전력시장 구조가 형성되었다.

현재 한전은 발전·송전·배전·판매 중 발전을 제외한 송전·배전·판매를 한전이 독점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송배전망은 한전이 모두 보유하며, 전력입찰시장에서 한전이 수요를 독점하여 입찰된 전력은 일단 한전이 모두 사들이게 된다. 예를들어 한 가구가 집 앞의 태양광 발전소와 1:1 계약을 통해 전력을 직접 공급받기를 원해도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을 거치지 않고는 전력을 거래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는 전력가격이 발전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전력가격의 왜곡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송전·배전·판매를 한전이 독점한다고 해도 실제 전기요금의 결정은 한전이 아닌 정부 또는 정치권에서 하게 된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관의 역할이 약화되어 있어 발전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들(발전 연료 원가 변동, 환경오염 비용등)에 대한 비용은 소비자 판매 가격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낮은 요금으로 비싼 전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는 전력화 현상과 비효율적인 전력 소비 구조를 초래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더불어 단순 소비에서 벗어나 에너지 생산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전력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을 시작해 소규모 분산 자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다른 소비자와 전력망에서 교환함으로써 수익창출이 가능하게했다. 하지만 에너지 프로슈머들은 발전 시장에만 진입할 수 있고, 한전이 독점하는 송전·배전·판매시장에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진입이 제한된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발전부문에서만 산업 성장이 이뤄지고, 송전·배전·판매 부분에서는 에너지 신사업 개발과 같은 진전이 더디어지게 된다.

 

전력 산업 개편, 왜 해야할까? - 올바른 에너지 전환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너지전환은 다양한 차원을 가진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① 에너지원의 변화 ② 에너지 이용의 의미 변화 ③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지역/공간적 배치의 변화 ④ 에너지 생산과 공급시설을 소유·운영·관리하는 주체의 변화 ⑤ 에너지 이용자의 행동과 규범의 변화 등의 상호연결된 다섯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① 에너지원의 변화'는 재생에너지 사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② 에너지 이용의 의미 변화'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게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여 얻고자 하는 '에너지 서비스'라는 점에 주목할 때,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동일한 에너지 서비스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IEA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효율화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요소로 꼽는다.

③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지역/공간적 배치의 변화'는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적인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애머리 로빈스 이래 지속되고 있는 에너지전환론의 주요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의 맥락에서는 삼척, 영덕, 고리, 당진, 그리고 밀양 등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발전 및 송전 시설을 둘러싼 주민 저항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 그에 대한 정부의 분산전원 확대 필요성 인식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이용 증가에 의한 전력망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같은 유연성 자원을 확보·운영할 필요성과 그에 대한 배전망운용자(DSO)출현 가능성에 의해서 보다 현실성을 가지게 된다. 이는 중앙정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에너지정책 결정 방식을 바꿔서 지방정부에게 에너지정책 결정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자치에 기반을 두고 정책 결정과 집행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에너지분권의 주장과도 연결되어 있다.

④ 에너지 생산과 공급시설을 소유·운영·관리하는 주체의 변화'는 전력시장 개편의 필요성과도 관련있다. 앞의 ① ② ③ 에 해당하는 에너지 기술의 개발·발전은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과 연결되면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간다. 이에 따라 올바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이 시스템에 맞춰 적절하게 운영될 수 있는 조직 역시 필수적이다. IEA에서 작년 11월 발간된 「한국 에너지 정책 국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력 부문의 한전 독점 구조를 지적하면서 전력 부문을 개방해 경쟁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전의 독점 구조는 앞서 언급된대로 에너지 기술의 개발·발전에 맞춰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이전 몇 차례 전력산업 개편의 논의가 이뤄졌으나 노조 및 진보진영이 개편을 단지 '에너지 민영화'로 규정짓고 '에너지공공성'을 주장하는 갈등 속에서 개혁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다.

마지막으로 ⑤ 에너지 이용자의 행동과 규범의 변화'는 에너지 시민성과 관련된다.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제에서 소비자들은 기업이 공급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저렴하게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만 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의 결과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야기한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에너지가 공급되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과 사람들의 희생이 따른다는 에너지 부정의를 목격하게 되면서 이러한 상황에 반발심을 갖고 능동적인 행동을 취하는 '에너지 시민'으로 변화할 수 있다.

 

전력시장 개편 대안: 지역화·공유화 접근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구조개편 논의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에너지는 공공재라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한다는 에너지 공공성론, 한전 중심의 독점을 해체해야 된다는 시장활용론, 에너지 시스템을 지역적으로 분산시키자는 지역화·공유화론 등이 있다.

첫 번째 에너지 공공성론은 에너지는 시장 실패가 예상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우리나라 경제의 경쟁력 유지와 소비자 후생을 위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강행되고 있는 민영화 논리의 주요 대항 담론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담론은 1999년부터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 2002년 발전, 가스, 철도 3개 노조의 공동파업의 과정에서 형성 및 확산되었다.

하지만 에너지 공공성론은 "전력산업 전반의 매각을 철회시키고 사유화를 전부 저지하는 것, 전기의 소유·지배 구조를 공공적으로 남기는 것만으로 과연 사회공공성이 실현될 것인가?" 와 "에너지 산업이 공기업 체제로 존속되고 저렴한 요금에 보편적으로 공급되기만 하면,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은 사수한 것이라 간주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의문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가격 왜곡, 재생에너지 확산 저지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시장활용론의 경우 '에너지 공공성'하의 독점 상황에서 가격 규제는 전력시장에서의 공정경쟁, 소비자 보호가 구조적으로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독점 해체를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전력 시장 구조가 공기업 독점을 유지하는 한 전력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발전·송전·배전·판매의 완전분리와매각을 통해 국가 독점적 산업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시장활용론은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자리잡기 위해서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정부에 의해서 정책적으로 낮게 통제해온 전력요금도 시장에 맡길 것을 제시한다. 에너지 공공성론의 프레임으로 볼 때 이러한 시장활용 에너지전환론은 민영화 찬성론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와 같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번째, 지역화·공유화론은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시켜 지역적으로 공유·통제·관리하자는 주장으로, 지역에너지공사와 에너지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한다.

자료3.에너지산업 지역화공유화 구상]출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지역화·공유화론에서 송전 부문 및 지역 간 전력거래는 네트워크 사업으로서의 전력산업 특징을 고려했을 때 국가적 수준에서 독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력이용자들의 보편적 접근, 공정한 요금체계의 운영 등을 위해서 국가 및 전국적 차원에서 영업하는 한전의 역할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

배전과 판매 부문은 지역적(광역 혹은 권역별)로 분할하되 광역(혹은 그들의 연합) 지자체에 의해서 공적으로 소유·운영·관리한다. 1차적으로 한전의 지역본부를 개별적 혹은 인근 지역과 연합하여 분할하고, 이를 광역 지자체(혹은 그들의 연합)가 인수한다.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한전 지분을 지방정부가 인수하여 지역에너지(전력)공사 등으로 개편한다.

지역에너지공사는 운영진을 시정부·노동자·시민대표 등으로 구성하고, 시민총회 등의 제도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통제되도록 한다. 발전부문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국가 수준에서 공적으로 소유·운영·관리되는 한전 자회사 이외에 지역에너지공사와 지역 별로 활동하는 에너지협동
조합의 역할과 비중을 확대한다.

에너지 협동 조합은 지역적 합의에 따라 주민들로 하여금 에너지원의 종류와 규모 등을 직접 정하게 하고 전력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조합으로, 에너지 협동조합의 판매시장진입은 단순히 에너지원의 종류를 교체하는 변화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 시민성 제고를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핵발전소·석탄화력발전소등이 건설되지 않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

에너지 효율화·절약 부문에서는 한국에너지공단의 각 지역본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후 분할하여지역에너지공사별로 통합을 검토한다. 규제부문의 경우 전기요금의 가이드라인 제시, 대
규모 발전소 건설의 인허가, 송전망의 운영과 건설계획 등과 관련된 사항을 관리·감독하는 전기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설립한다. 이를 통해 현재처럼 전기요금 결정이 단순 정부지시로 이뤄지는 게 아닌 전문적으로 결정될 수 있게한다.

[자료4.전력시장 구조개편을 둘러싼 담론들]출처: 에너지후정책연구소

 

독일의 (재)지역화·(재)공유화

독일은 지자체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정책으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낸 대표적인 국가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지자체들이 전통적으로 지자체들이 자신의 지역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할 책임을 가지면서 전력망과 발전회사들을 설립·설치해 온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말 유럽연합의 전력산업의 자유화 지침에 따라 많은 지자체들이 자신들이 소유·운영하고 있던 전력망을 매각하고 그 운영권을 민간들에게 부여하는 대략 20~25년 기간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계약 기간이 종료되기 시작하여 여러 지자체들이 기존 계약
의 연장 대신에 직접 시영회사를 세워 운영하는 방식 등으로 재지역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재지역화를 추진했던 동기는 크게 세 가지로,비싼 전기요금과 불안정한 전력 공급에 대한 불만, 지자체의 세수모색, 탈핵·탈원전 운동 등이 계기가 되었다.

자유화 정책 도입 이후에 전력망 등 에너지 공급을 사기업에 넘겼던 베를린과 같은 여러 지자체의 주민들은 운영권이 이전된 이후 나타난 비싼 전기요금과 불안정한 전력 공급 등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는 많은 전력 대기업들이 이윤 최대화를 추구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전력기업들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판매 대금을 지역 외부에 있는 본사에 송금하면서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았으며, 세수 부족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이 새로운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독일 사회의 오래되고 강력한 탈핵·에너지전환 운동과 후쿠시마 핵사고의 영향으로 재생에너지나 효율적인 열병합 발전을 확대하려는 지역의 움직임도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대다수 지자체들은 민간기업들에게 매각한 전력망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인 2005 ~ 2012년까지 별다른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전력망을 재인수하고, 새롭게 시영회사를 설립했다.

재지역화를 위해 설립된 시영회사들은 그 지역에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한 지역의 성공 사례가 다른 지역에 전파되면서 확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영회사의 형태는 대부분 유한회사*였으며(67%), 합자회사(25%), 지자체 공사(8%)등이 뒤를 이었다. *최소한 1인 이상이 출자액에 한하여 책임을 지는 회사. 사원들은 자본에 대한 출자 의무를 부담하며 회사 채무에 대하여서는 출자액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

유한회사라는 법적 형태가 선호되는 이유는 ① 제3자의 자본 참여 불가능 ② 고유 법인으로 지자체와 회계상 분리(ㅇ 따른 위험 축소) ③ 설립의 용이성 ④ 지자체 개입의 용이성 등이 있다.

시영회사의 소유 구조는 이전 자유화 정책 이후 거대 민간기업의 참여로 인한 비싼 전기요금과 불안전한 전력 공급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다뤄졌다. 몇몇 지자체들은 시영회사의 지분에 거대 전력회사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규제한다. 만약 거대기업이 시영회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이윤 확보 전략을 추구하면서 시영회사가 추구하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 지역경제 활성화, 에너지 전환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지자체 중심의 지역화 뿐만 아니라 독일의 에너지 협동조합 역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끈 핵심적인 역할이다. 독일의 에너지 협동조합의 경우 체르노빌 사태 이후 반핵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시민들은 시민풍력협회를 조직하
여 직접 풍력발전기를 설치·운영하며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협동조합의 결성과 운영을 독려했다. 그 이유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분권화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는데, 이 때 협동조합이 적합한 조직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선사한다는 측면으로 인해 주민들이 직접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지하도록 견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원 공유, 경제적부가가치 창출, 역내 친환경 인프라 구현, 사회적 역할 및 책임 이행, 생태적 지속가능성 확보 등에 직접적으로 이바지하는 효과 등을 낳았다.

 

올바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이론의 선구자인 에머리 로빈스의 이론에 의하면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이전 거대 발전소가 외부에서 수입해오던 화석연료와는 다르게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분산형전원은 기존 중앙집중식 발전시 필요했던 거대한 송배전망의 필요성을 줄이고, 각 지역마다 생산한 에너지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경제성과 효
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는 독점으로 인해 재생에너지가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3020정책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이는 단지 석탄과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대안일 뿐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한 곳에 편중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주민수용성 문제, 낮은 요금으로 비싼 전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제성 문제등을 야기하며 올바른 에너지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라는 이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정부가 '에너지 전환'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탈원전·탈핵을 대신할 단어로만 쓰는 게 아니라면, 재생에너지의 장점들을 극대화해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정책들을 도입해주기 바란다.

 

R.E.F 17기 정 예 진
jyejin1996@gmail.com

R.E.F 17기 정 예 진 jyejin199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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